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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월가를 대표하는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가 지난해 나란히 4년 만의 최저 실적을 냈다. 경기 침체로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 등 IB 사업 부문에서의 수수료 수익이 큰 폭으로 줄어든 결과다.
17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의 순이익은 지난해 전년 대비 24% 감소한 85억달러(약 1조4000억원)를 기록했다. 2019년 이후 가장 부진한 성적이다. 같은 기간 모건스탠리 역시 전년보다 18% 적은 91억달러(약 12조2000억원)의 수익을 냈다. 역시 4년 만의 최저치다.
JP모간체이스가 사상 최대 수준인 500억달러(약 67조원)의 순이익을 본 것과 매우 대조적인 결과다. 그러나 두 은행의 주가는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켰다. 이날 골드만삭스 주가는 전일보다 0.71% 오른 380.45달러에 마감한 반면, 모건스탠리는 전장 대비 4.16% 대폭 하락한 85.97달러에 장을 닫았다.
골드만삭스의 경우 실적 자체는 둔화했지만, 시장 전망치는 웃돈 것이 주가를 밀어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4분기 기준 골드만삭스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1% 급증한 20억달러로 집계돼 블룸버그가 산출한 전문가 전망치(약 15억달러)를 상회했다. 매출 역시 전년 대비 6% 늘어난 113억달러로 예상치(108억달러)를 능가했다. 자산 관리, 주식 거래 등 부문에서의 실적이 개선된 영향이었다.
이 은행은 부유한 개인과 기관투자자를 타깃으로 한 대출 사업에 집중하는 전략을 폈다. 투자금 대출을 원하는 헤지펀드를 대상으로 한 자기자본 조달(equity financing) 부문 수익이 전년 대비 15% 늘었고, 사모펀드 대상 FICC(채권·외환·원자재) 파이낸싱 수익도 4% 증가했다. 초부유층의 자산을 관리하는 프라이빗뱅킹(PB) 부문 수익은 연간 기준 사상 최대인 26억달러를 찍었다.
반면 소매금융과는 계속해서 거리를 뒀다. 작년 10월 핀테크 플랫폼 그린스카이를 팔았고, 애플, 제너럴모터스(GM) 등과의 신용카드 협력 사업도 줄줄이 중단했다. 이밖에 M&A, IPO 등 딜 관련 업무가 위축되면서 연간 매출이 12% 뒷걸음질했다. 자기자본수익률(ROE)은 2022년 10.2%에서 2023년 7.5%로 하락했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영업 환경은 A 또는 B+라 보기에도 어려웠다”면서 올해에는 상황이 반전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올해 상반기 중 미 중앙은행(Fed)의 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커지면서 소프트랜딩(연착륙)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며 “우리는 이미 시장이 부활하고 있다는 잠재적 신호를 보고 있으며, IB 부문에서 일이 많이 밀려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에너지와 헬스케어 부문을 중심으로 M&A 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테드 픽 모건스탠리 CEO 역시 “2024년은 자신감 있게 시작했다”며 “M&A·IPO 시장 반등과 이사회의 신뢰도 개선, 개인·기관 고객 사이에서 감지되는 긍정적인 분위기 등을 종합할 때 올해 전망은 건설적”이라고 말했다.
모건스탠리의 작년 4분기 순이익은 1년 전 같은 기간 22억달러에서 15억달러로 줄었다. 연간 기준으로는 전년보다 18% 감소한 91억달러로 집계됐다. IB 및 트레이딩 부문 수익이 3분의 1가량 쪼그라들었다. 금융당국의 블록트레이딩(대량 매매) 관행 조사 관련 합의금으로 2억4900만달러(약 3335억원)를 지출한 것이 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한 해 동안 2400명이 넘는 직원을 해고하면서 지출한 퇴직금 규모도 3억5000만달러(약 4690억원)에 달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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